마틴이 공성전에서 트릭시를 처음 마주쳤을때 들은것과 반응을 써주세요 이미 로봇이었던 것을 알아도 좋고 몰랐어도 좋았을것 같아요!
(+멜빈이 나오면 좋겠어요)
공성... 처음으로 시도해봤는데 넘나 어렵군요......:D
"아군 3번 타워 전방에 적이 셋. 안개 지역을 조심해요."
간단한 무전을 마친 마틴은 주변의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총 다섯의 적 중 둘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았다. 그중 누군가가 기습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통로, 이상 없어…」
약간 맥빠지는 목소리의 통신이 전해져왔다. 다행히도 주변을 경계하는 건 마틴 한 사람이 아닌 모양이었다.
아군의 타워 철거는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그건 적군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중 연합의 캐논 도일이 섞여 있는 걸 확인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타워 부근에 결집한 적은 이제 네 명. 마지막 하나의 소재와 정체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모습이 드러나 있는 적들의 움직임에 주의하며 마틴은 곁에 있는 동료들의 후방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이동했다.
"가시가~ 쑥쑥… 아야! 이씨, 타워 주제에!"
투덜거림조차 경쾌한 아군의 목소리에 마틴은 하마터면 자신이 전장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뻔했다. 물론 그건 단순한 착각이며 희망 사항일 뿐이었다.
다음 순간. 높게 쌓인 상자 위로 사뿐한 발소리가 내려앉았다. 역시, 라는 확신에 뿌듯할 시간은 없었다. 상대가 누구든 단신으로 적진에 뛰어든다면 그게 뜻하는 바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모두 위험…!!"
"스파이럴!"
날카로운 목소리는 마틴의 경고를 가리고, 섬뜩하게 빛나는 형체가 그를 덮쳤다. 다급하게 시도한 공격이 허공으로 흩어진 순간 마틴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감각을 절실히 체험할 수 있었다.
공학도가 쏘아 보낸 제피는 간발의 차로 적의 움직임을 막지 못했다. 섬광으로 그려진 원은 마틴과 그 곁에 있던 드루이드 미아를 빨아들이고, 살이 깊게 베이는 고통으로 그들은 적이 빠르게 회전하며 공격을 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자신들에게 반격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도.
그러나 이 자리에 있는 건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적의 공격은 그 시작만큼이나 갑작스럽게 멎었다. 언덕 위에서 타워 너머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태도의 검사가 후방의 위험을 감지하고 무거운 일격을 가한 것이다. 그의 예리한 눈은 튕겨 나간 적의 윤곽을 주시하며 곧장 검풍을 연계해 적을 몰아붙였다.
쓰라린 감각을 무시하고 자세를 추스른 마틴은 그제야 습격자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새하얀 머리칼, 가녀리게 보이는 체구, 어딘가 이국적이라고 할 수 있을 법한 복장. 마틴의 뇌리에 희미한 기시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상대를 살필 여유는 길지 않았다. 그자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은 듯 몸을 일으킨 그 즉시 재빠른 움직임으로 다이무스와 멜빈의 공격을 회피하며 아군의 시야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그와 거의 동시에, 아군의 타워가 파괴되었다는 경고음이 울렸다.
"무사한가?"
"으아, 죽는 줄 알았어─!"
검사의 물음에 마틴 역시 빈말로도 그렇다는 대답을 꺼낼 수 없었다.
"진심으로 사과드려요. 다음부터 저 닌자…는 제가 견제하죠."
떠올랐다. 다이무스와 같은 헬리오스 소속의 호타루 이나바, 그녀와 닮은 독특한 전투술을 사용하는 '저것'에 대한 소문은 재단의 인재도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저건 안드로이드인데. 그 능력이 통할까?"
부서져 쓸 수 없게 된 바이퍼를 다시 설치하고 있던 멜빈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역시 적의 정체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네, 어떻게든. 사람과 꽤 흡사하게 만들어진 모양이네요."
짧은 대치의 순간에 마틴은 그것의 소리를 들었다. 미처 타격을 줄 만큼의 능력을 쓰지는 못했지만 그의 힘이 통용된다는 점만은 확인한 셈이었다.
사람의 생각과는 달리 끊임없이 이어지는 불규칙한 노이즈. 그 사이사이에는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단어들이 섞여 있었다.
"읽어볼까요."
적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한 마틴은 문득 그 기계가 사라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남긴 단어, 또는 문장을 떠올렸다. '나는, 왜'.
아마 노이즈에 의한 착각이거나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 독심술사는 대수롭지 않은 잡생각을 떨쳐버리며 기세 좋게 중앙을 향하는 적들을 능숙한 솜씨로 포착했다. 아군의 타워 철거도 때마침 경쾌한 나무 도장의 소리와 함께 끝이 난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