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티엔마틴] The leash 통판용 샘플
8월 14일 디페스타에 나왔던 티엔마틴 회지의 샘플입니다.
창작AU/일상/달달...?/떡제본/74p/9000원
Ⅰ. 올가미
블라인드 사이로 오전의 부드러운 햇살이 내려앉았다. 모처럼 맑게 갠 하늘이 내리는 은총을 담뿍 받는 창틀의 제라늄은 물기를 머금은 붉은 꽃을 한껏 뽐내고, 그 주변에 놓인 일관되지 않은 취향의 장식물 사이로는 빛의 부스러기처럼 보이는 티끌이 천천히 부유하고 있다.
책장에 가지런히 정리되려다 만듯한 책들, 계절에 맞지 않는 작은 크리스마스 장식, 이런저런 메모가 표시된 수수한 벽걸이 달력. 그렇게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이는 한 장면의 구석에는 금발의 남성이 조용히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책은 이미 여러 번 읽혀 페이지의 빛이 바래고 모서리가 매끈하게 닳아있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문장의 구석구석을 훑는 남자의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 그만큼 책의 내용이나 그 책 자체가 그에게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탓이다.
약간 제멋대로의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걸터앉아있는 그는, 근방에서 성실하고 친절하기로 소문난 청년 마틴 챌피다. 그가 주말의 한가한 시간을 틈타 다시 한 번 펴든 책의 이름은 <능력의 연대기>. 약간 딱딱한 문체가 흠이라면 흠이지만 약 100년에 달하는 사이퍼의 역사, 그 중에서도 영국에서의 능력 관련 사건들을 훌륭하게 간추려 담아낸 서적이다.
거대일식과 환영의 도시로 시작된 갈등. 정부에 의한 탄압, 능력자 단체 간의 항쟁, 나아가 전쟁이라 불릴 만한 여러 사건들이 지나고─ 각고의 노력 끝에 현재의 세계는 불균형한 안정을 찾았노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여전히 능력에 관해서는 나날이 새로운 문제가 터져 나와 어떤 식으로든 논쟁이 끊이지 않는 주제였지만 말이다.
마틴이 <능력의 연대기>를 꺼내들 때는 보통 두 가지의 경우였다. 자신이 하는 일에 회의감을 느끼거나, 단순히 무언가를 읽고 싶은데 그 책이 손에 닿는 거리에 있거나.
그의 눈길이 막 2차 능력자 전쟁이라는 소제목에 닿은 바로 그때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집안의 부드러운 침묵을 깨트렸다. 화들짝 고개를 드는 몸짓에 그의 주위를 맴돌던 티끌이 빛의 선을 벗어나 어딘가 먼 곳으로 사라져 버린다.
이런 시간에 연락을 해올 사람이 있던가.
마틴은 읽고 있던 페이지 사이에 가름끈을 끼워 넣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게 기지개를 펴자 몸 곳곳에서 뿌득이는 소리가 나고, 멀지 않은 곳에 놓인 수화기에 마틴이 손을 뻗을 즈음엔 전화벨이 세 번쯤 울린 뒤였다.
“여보세요?”
「마틴 챌피씨 되십니까?」
수화기 너머에서는 낯선 여성의 침착한 목소리가 전해져왔다.
“네, 제가 챌피입니다만. 누구시죠?”
「저는 능력발달연구소 소속의 아넷 도슨입니다. 브랜든 터너씨의 소개를 받고 연락을 드리게 되었어요.」
브랜든. 꽤 오랜만에 듣는 인명이다. 근래에 들어서는 제대로 된 연락을 해본 적도 없는 이가 그를 누군가에게 소개했다니, 마틴에게는 좋지 않은 예감이 스쳤다.
「챌피씨는 높은 등급의 마인드리더시죠. 저희 연구소에서 간단한 협력을 부탁드리고 싶은데, 귀중한 시간을 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소정의…」
능력. 분명 마틴에게는 그럴 만한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능력을 알고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대개 좋은 식으로 풀릴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죄송합니다만.”
상대가 이야기를 더 진행하기 전, 마틴은 빠르게 그녀의 말과 말 사이에 끼어드는데 성공했다. 지금은 주말 오전이고, 그는 이 소중한 시간을 쓸데없는 설득으로 낭비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저는 타인의 요청으로 능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규정에 대해서는 알고 계실 텐데요.”
잠깐의 침묵이 지나갔다. 그 연구소라는 곳에 이렇게나 빠른 거절에 대한 매뉴얼은 미처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마틴이 더욱 단호한 거절을 해야 할지, 아니면 곧바로 통화를 끝마쳐야 하는지 약간 망설이고 있던 사이 이 여성 연구원은 이 상황에 적절한 문장을 조합해내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오해를 드린 것 같군요, 사과드립니다. 저희는 정보를 빼내거나 기억을 조작하는 일을 부탁드리는 게 아니에요. 그보다는, 오히려 반대에 가까울 것 같네요.」
남의 마음을 읽는 것과 반대? 마틴은 그 말의 논지를 짚어낼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녀는 마틴이 이야기를 끝까지 들을 만큼의 흥미를 끌어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챌피씨의 능력이 저희 측 사람에게 통하는지. 알고 싶은 사항은 그것뿐입니다.」
***
마틴은 태양이 높이 떠있는 시간을 피해 다소 한가한 대중교통을 능숙하게 갈아탔다. 평소라면 그도 이런 주말 시간에 공원이나 영화관이 아닌 곳을 향해 떠날 예정 따위는 만들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틴이 시설 근처에 도착했을 때 통화상대였던 아넷은 미리 마중을 나와 있었다. 연구원이라는 직업에서 하얀 가운을 연상했던 것과 달리 그녀는 단정한 세미 정장 차림에 소속을 알리는 명찰을 소지하고 있었다.
“거리가 멀지 않은 곳이어서 다행이네요.”
“챌피씨께 우선적으로 연락을 드렸던 이유 중의 하나죠.”
목소리에서 받았던 인상과 똑같이 딱딱하고 사무적인 표정의 아넷은 마틴에게 방문자용 명찰을 건넸다. 면회용. 그녀는 먼저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렸고, 결론적으로는 그건 멋대로 시설 내부를 돌아다니지 말라는 뜻의 당부로 귀결될 수 있었다.
오전의 통화에서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사실 마틴의 능력을 빌려야 하는 사유는 그들의 연구 주제와는 별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어떤 연구를 진행하던 도중 우연히 정신계열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희귀한 능력자를 발견했고, 혹여 능력의 등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외부의 인력을 빌려오게 되었다고.
“능력의 상성에 대한 연구는 늘 흥미로웠죠. 전에는 그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적도 있었죠.”
그리고 마틴이 반쯤 확신하건데, 굳이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마틴의 도움까지 빌리게 된 데에는 이 여성 본인의 흥미가 다소 개입되어 있을 것이다.
정식 절차를 통해 특정 능력자를 요청하는 건 여러모로 귀찮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때문에 그녀는 그런 수고를 덜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마틴의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물론 다른 이유였다면 단칼에 부탁을 거절했을 마틴이지만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상대에게 흥미를 느낀 그는 연구를 위해 격리된 대상을 면회한다는 핑계로 이곳에 와있었다.
심지어 그 대상은 능력약화나 무효 등의 능력을 가진 게 아니라는 설명이 마틴의 주의를 끌었다. 상대를 가리지 않는 보편성과 특수성 탓에 마틴의 능력에는 ‘위험’이라는 딱지가 붙어있다. 만일 정말로 능력이 통하지 않는다면 그건 마틴에게 나름의 위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아넷을 따라 몇 개인가의 복도와 계단을 지난 후, 어느 금속으로 된 문 안으로 들어설 때 마틴은 곁에 붙어있는 ‘격리 구역’이라는 표지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구실이라 생각했던 이야기가 완전히 거짓은 아닌 모양이었다.
마틴의 시선을 눈치 챈 아넷은 다소 민감할지도 모르는 주제에 관련해 처음으로 입을 뗐다.
“혹시 ‘의존형’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과연. 마틴은 그에게 왜 격리가 필요한가를 단번에 이해했다. 약간 생소한 그 단어를 마틴은 얼마 전 보았던 신문의 능력면에 실린 기사로 접해본 적이 있었다. 오직 능력자 사이에서 드물게 발현한다는 특질 중 하나. 만일 더 이전에, 그러니까 빅토리아 선언이 효력을 발휘하던 시절 같은 때에 발견되었다면 능력자 탄압의 좋은 핑계가 되었을 만한 이야기였다.
“네. 꽤 논란이 될 만한 주제더군요.”
마틴은 그가 읽었던 기사의 논조를 떠올리며 말했다.
안타깝게도 사이퍼들 중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은 적지 않지만 대개는 능력 탓에 조성된 불안정한 환경 등을 원인으로 본다. 주위의 기대나 두려움, 또 가끔은 강력한 능력을 제한당하는 반발심까지.
그런데 얼마 전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들 중 일부는 실제로 유전자 레벨에서 반사회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있어온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발견이죠. 실제로 존재하는 현상을 외면할 수도 없으니까요.”
아넷의 담담한 말과 그녀의 단화가 바닥에서 타박이는 소리를 들으며 마틴은 생각에 잠겼다.
의존형은, 능력자 중에서도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그들은 어떤 이유에선가 다른 능력자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의존의 상대와 오랫동안 떨어져 있게 될 경우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치닫게 된다고. 그리고 그 비정상적인 집착의 대상은 거의 무작위로 선택된다고 한다. 실로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상에게 이미 배우자나 연인이 있거나, 단순히 의존형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를 거부하거나, 그런 식의 여러 가지 이유로 의존형 인자를 가진 이들은 공격성을 띄게 될 가능성마저 있다. 또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비능력자보다 까다로운 상대기 때문에 의존형의 그런 특성은 다수에게 그리고 특히 의존형이 각인하고 따르는 상대에게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었다.
“저희는 그 의존형을 연구하고 있는 중인데, 지금 찾아갈 그는 꽤 특이한 케이스죠. 일단 아시아 출신이라는 점부터 들 수 있겠네요.”
아넷은 자신의 사원증으로 보안장치의 잠금을 풀며 설명을 계속했다.
“영국에는 잠깐 체류할 목적으로 입국했던 중국인 남성이고, 능력 분류는 미확인, 무작위로 실시했던 검사에서 의존형 인자가 발견되었습니다. 처음 내려진 결정은 강제귀국이었지만 저희는 당국과 그 본인을 설득할 수 있었어요. 마침 동양인 능력자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고 그에겐 아직 각인상대가 없다는 점도 중요했죠. 그렇지 않았다면 저희는 그를 가둬두는 데 더해서 약물에 흠뻑 절여둬야 했을 테니까요. 다른 가엾은 분들과 함께 말이에요.”
누군가의 천성이 위험하기 때문에, 아직 저지른 적이 없는 범죄를 막기 위한 격리. 지난 100년간 능력자들이 박해 받았던 것과 똑같은 논리다. 늘 친절하다거나 상냥하다는 평가를 받는 마틴 챌피지만 그는 그런 식의 발언에 대해서는 유한 태도를 보이기가 힘들었다.
“위험한 능력자들을 모두 격리해야 한다는 주장과 비슷하게 들리네요. 과거에도 거의 비슷한 시설이 있기는 했었죠.”
비꼬는 투의 그의 말뜻을 짚어낸 아넷은 사무적인 미소와 함께 그 말을 맞받아친다.
“위험한 존재를 대중으로부터 분리하는 건 사회의 의무죠. 과거에 문제가 됐던 건 단순히 강력한 능력자들을 일괄적으로 배척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챌피씨가 말씀하고 싶으신 건 앤더슨 빌 조약이겠죠? 물론 저도 안나 드로스트의 회고록을 감명 깊게 읽었답니다.”
그녀가 말하는 회고록이란 앤더슨 빌 조약이 효력을 가지던 당시 가혹했던 미 정부의 능력자 박해를 생생하게 담아낸 글이다.
“하지만 이 케이스는 그런 것과 달라요, 챌피씨. 원치 않게 타인을 해치고 괴로워하게 내버려두는 건 그들을 위한 게 아니죠. 그리고 저희의 연구는 그분들을 돕기 위해 있습니다.”
“아, 그래서 그분을 돕기 위해서 왜 마인드리딩이 필요했는지는 꽤 궁금하네요. 아직 남을 해칠만한 이유도 없는 사람에게요.”
마틴이 마음에 걸렸던 점을 그대로 쏘아붙이자 아넷은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굳어있던 표정을 밝게 바꾸었다.
“오, 모든 리더가 챌피씨처럼 분명한 문장을 읽어낼 수 있는 건 아니죠. 저희는 간단한 정신 감별을 요청했을 뿐입니다. 대상도 동의한 사항이었죠……. 그런데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어요. 아마 그의 능력과 관련이 있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사실, 그 사람에게 뭔가를 강요하는 게 저희에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네요.”
그 즈음 마틴은 아넷의 안내로 커다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의 다른 방을 관찰할 수 있는 작은 공간에 도착했다.
유리창 너머에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한 사람은 아마도 연구원 중 하나일 법한, 단정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지적인 안경을 낀 갈색머리의 남자. 하지만 그의 존재는 그보다 편한 차림을 한 동양인 남성의 존재에 밀려 거의 느껴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건장한 신체며 특이한 빛깔로 물들어 있는 양 팔. 조용한 위압감을 주는 그의 모습에서 마틴은 아넷이 그에 관해 덧붙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대상은 왼편에 있는 남성입니다.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셔도 문제없으니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지의 여부를 알려주세요.”
“여기서 말인가요?”
아넷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비공식적이라지만 생각보다도 간단한 절차였다.
대화의 내용을 들을 수는 없지만 유리창 너머의 그들은 이쪽 편을 볼 수 없는 게 틀림없다. 유리창은 분명 그들에게 보일만한 각도에 있었음에도 두 사람은 마틴과 아넷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자신의 능력까지 더해 방금까지 옹호하고자 했던 사람을 이중으로 관음하는 느낌에 마틴은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지만, 이미 약속된 사항을 빠르게 끝낼 수 있다면 이 편이 나을 거라는 생각에 따로 의견을 표하지는 않았다.
잠깐의 심호흡. 마틴은 억누르고 있던 능력을 풀어헤쳤다. 그건 그에게 숨을 쉬듯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냉철한 얼굴을 하고서 짙은 호기심에 차있는 아넷의 생각이나, 별 의미 없는 상담보다는 편안한 집으로 돌아가길 희망하는 연구원의 마음. 그러나 그에게 들려야 했을 다른 한 사람분의 소리는 놀라울 만치의 공백으로 대체되어 있었다.
“……들리지 않아요.”
“더 가까이 가거나, 접촉한다면 뭔가 달라질까요?”
아넷의 물음에 마틴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능력은 그런 식으로 작동하는 게 아니었다.
예전에 마틴이 능력약화를 경험했을 때는 자신의 능력이 지워진다는 선명한 감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읽히지 않는다, 는 사실을 깨닫고서 마틴은 그에게로 점점 더 능력을 집중했다. 그러나 마틴은 저 검은머리 남성에게 모든 능력을 향할 때조차 마치 안개가 낀 창밖을 바라보는 듯한 감각밖에 느낄 수가 없었다.
놀라움도 잠시. 마틴은 다음 순간 진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건 능력이 통하지 않는 것과는 상관없는 어떤 이유 때문이었다.
유리창 너머의 남자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 없이 검은 눈으로 마틴의 방향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시선에 마틴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 남자의 입이 움직였다. 그의 눈길은 여전히 같은 방향에 고정되어 있는 채였다.
“……저를 볼 수 있는 건가요?”
“아뇨. 저편에서는 여기를 볼 수 없어요.”
실제로 아넷은 마틴과 비슷할 정도로 당황하고 있었다.
‘또 인가?’
‘이런 건 통하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말했을 텐데.’
남자와 함께 있는 연구원의 마음을 통해 마틴은 그의 말을 또렷하게 전해 들었다. 남자의 표정이나 연구원이 느끼는 감정에 따르면 그는 화를 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마틴은 그 잠깐의 사이 자신의 맥박이 세차게 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헛수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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